대통령 선거가 근 6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고등학생때만 해도 ‘열혈’이라고까지 할 만큼 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정치권에서 물고 물리는 합종연횡의 구도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으나 정확히 10년만에 나는 이 정치란 것에 살아가면서 느낀 한심함 중 최대급의 한심함을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제 스스로 핵폭탄급 발언을 서슴지 않고 터트리는데도 지지율이 50%에서 떨어질 생각을 않는, 정치사적으로도 신기하기 그지없는 이명박이나 누가 기자 출신 아니랄까봐 말을 너무 뻔드르르하게 해서 정나미 떨어지는 정동영이나, 뭐..솔직히 승리는 대한민국에 전쟁이라도 나지 않는 한 한나라당의 정권교체로 이어질 거 같은 분위기다. 솔직히 지인들과의 정치토론(이라고 쓰고 정치인 욕하기 대회라고 읽는다.)을 하던 중, 언론계에서 일하는 모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정말로 이번에 이명박이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한번 호되게 당해봐야 노땅들도 정신차리고 대한민국도 제대로 정신차리지...”라더라. 듣고보니 그 탁견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나온 이야기 중, 이번 대선판이 2001년 이탈리아 총선에서 베를루스코니가 이끌던 우파의 승리상황과 너무도 닮아있다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탈리아는 또 내 전공아닌가. 그에 이 글을 쓴다.
현재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여러 면에서 상당히 2001년 이탈리아 총선과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일단 무엇보다도 우파(제가 볼 때는 노무현 정부 역시 지극히 극우적인 정부이나 조중동이 떠들어대는 바, 노무현 정부를 ‘좌파같지 않은’ 좌파라고 보고)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된다는 점부터 2001년 이탈리아 총선과 닮아있다.
96년 이탈리아 총선에서 승리했던 로마노 프로디 좌파정부는 프로디, 달레마, 아마토 세 총리를 연임시켜가며 5년임기를 무사히 마무리짓기는 한다. 그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즉 신자유주의의 물결에서 어쩔 수 없이 진행되던 공기업의 민영화에 근거한 무리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프로디 단일내각이 수성되지 못하고 연이어 총리가 바뀌는 약점을 보이게 된다. 이탈리아 정치의 가장 큰 매력이자 가장 큰 골칫덩어리인 연합정부라는 점이 프로디의 발목을 잡아버린 것이다. 일단 이탈리아에서는 단일 정당이 전체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다수 당이 연합하는 정부 형태를 보인다. 96년 총선에서 프로디의 승리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공산재건당과의 임기말 갈등으로 인해 좌파정부 내에서는 상당한 내부분열이 일어나게 된다. 마치 지금의 범여권이 범여권이라는 이름 하에 수많은 정당과 후보들이 서로 난립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실제로 복지와 평등을 내세우는 좌파정부의 역할의 사상적, 후원적 근거는 이탈리아에 뿌리깊게 내려박은 지역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이탈리아는 지극히 지역적 특색을 띄는데 Bologna가 있는 Emilia-Romagna, Perugia가 있는 Umbria, Firenze가 있는 Toscana등 이탈리아 중부는 굉장히 좌파적 성향이 강하다. 이탈리아인들끼리도 소위 ‘빨간 지역’이라고 할 만큼 말이다. 실제로 페루자 움브리아의 의원인 파우스토는 이탈리아 공산당의 당수일 정도다. 프로디 총리를 배출한 볼로냐 지역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공산당 지지도가 높은 지역이다. 개인적인 추정으로는 대학으로 유명한 도시인지라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좌파정부의 지지 근간은 바로 이런 이탈리아의 중부지역이다. 이러한 좌파 정부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학자, 교수, 지식인층 소위 먹물 먹은 계층이다. 반면 북부와 남부는 우파, 즉 베를루스코니 지지성향을 보이게 되는데, 96년 좌파집권이후, 계속 성장하던 이탈리아의 경제는 한번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된다. 그러면서 이탈리아 부의 상징과도 같은 베를루스코니에게 경제를 맡겨야한다는 여론이 강세를 띄게 된다. 마치 지금의 이명박이 한국 경제의 구세주인 마냥 떠드는 것처럼. 뭐니뭐니해도 일단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최고의 재벌이며 그전까지는 중소기업 위주의 경제체제였던 이탈리아에서 대기업의 성공한 총수라는 이미지가 먹혀 들어갔다고나 할까. 그는 특히 지금의 이명박처럼 장,노년층 지지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게 된다. - 이건 농담같은 진담이지만 내가 만난 이탈리아의 젊은 이들 중에는 이상하게도 AC밀란 팬들이 없다. 밀란은 라이벌 인테르에 비해 자국 선수들도 많고 말디니, 바레시같은 이탈리아 축구의 전설같은 이들을 배출한 클럽임에도 젊은 세대들은 클럽 총수가 싫어서 밀란을 싫어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밀란의 총수로선 쓰리골드스타, 정치가로선 파이브 블랙스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2001년 선거 막바지에는 이 3개 지역 지식인들의 反베를루스코니 운동이 시작되지만 좌파정부 내의 분열로 별로 효과적인 공략은 되지 못한다. 이 반베를루스코니 운동은 지금의 반이명박운동과 사상적 근거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 당시 베를루스코니가 내세웠던 구호는 ‘모두에게 적은 담세를’이라는 구호로 과감히 감세를 내세운다. 이것이 먹혀들어가 결국 이탈리아 헌정사상 가장 많은 표차이로 우파가 승리하게 되고 베를루스코니는 총리에 취임하는데 이때부터 베를루스코니는 재벌출신답게 지극히 신자유주의적 경제구조로 이탈리아를 전환시켜 나간다. 아울러서 누가 언론재벌 아니랄까봐 이탈리아 국영 방송 RAI의 주요 보직에 자신의 피닌베스트그룹 인사들을 대거 포진시켜 이미지 조작에 나선다. 재벌답게 여기저기서 부정부패 의혹에 둘러싸인 그였지만 언론인 출신답게 이런 언론의 제압으로 본인의 부패상 확산을 막는다. 이탈리아의 3개 민영방송을 그가 모두 장악하고 있는 시점에서 국영방송까지 장악하려는 의도를 보이면서 세를 불려 정보 독점을 꾀한 것이다.
교육개혁에 있어서도 기존의 좌파정부가 내세웠던 의무교육연한 증가및 교과과정 현실화등을 모두 중도폐기하고 교육의 민영화, 효율화를 내세운다. 한마디로 돈없으면 공부하지 말라는 거다. 이렇게 5년이 지나면서 G5까지 노리던 이탈리아의 경제는 급전직하하여 겨우 G8에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떨어지는 대신 상위 계층의 부자들의 부만 더욱더 쌓여가는, 이탈리아 전 국민의 체감경기수준은 급락하는 상황이 오게된다. 지금의 한국처럼. 한국에서도 유명했던 ‘1000유로 세대’,즉 우리말로하면 ‘100만원이니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대히트를 칠 정도로 말이다. 현재 솔직히 이탈리아의 젊은이들이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월급이 1300유로, 우리돈으로 대략 180만원 정도다. 점점 젊은이들은 알바에 치이고 결혼이 늦어진다.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여건 보장이 안되기 때문이다.
현재 이명박이 보이고 있는 정책과 공약은 지극히 베를루스코니와 똑같다. 그 당시 우파진영이 내세웠던 전략은 정책보다는 이미지 위주의 정책이었다. 기업인 출신이 이 나라의 경제를 살려낼 것이다라는. 그리고 이민법과 거주권등등의 각종 법에서도 지극히 보수적인 차별적 행태를 보여준다. 좌파정부가 단합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사이, 기업인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정책대결을 교묘히 피해간다는 점, 본인의 그런 거침없는 신자유주의적 표현에도 불구하고 3개 민영 채널을 장악한 그의 언론술로 인해 그런 부분들이 교묘히 가려진다는 점 등등...
결국 이명박과 베를루스코니로 대변되는 과거에 대한 향수, 경제에 대한 환상은 어디까지나 환상일뿐, 그것으로 인해 당국의 국민들이 치러야 하는 댓가는 참혹할 것이라는 것이 내 평가다. 경제인들은 국가마저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할 뿐이라는 거다. 장,노년층이 이명박을 지지하는 근거를 볼 때, 정책적으로 우위에 있어서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단지 여당이 싫어서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도 유럽연합 초대 정책의장을 지낸 유럽주의자 프로디를 싫어하는 계층은 특히 북부, 산업화가 진행된 지역의 상위계층이다. 베를루스코니는 밀란이 07년 챔스를 제패하고 휴가를 즐긴 후 소집된 날 밀라넬로에서 연설을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전국에서 만난 국민들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이 세가지 있는데 그것은 호나우딩요를 사달라, 카카를 지켜달라, 프로디 총리를 집에 좀 보내달라라는 것이었다.’라고 말이다. 이 베사장, 아마 이탈리아 중부 지역에서 그딴 소리했다가는 백발 계란 맞을 지도 모른다. 설령 프로디가 마시모 달레마, 프란체스코 루텔리로 대표되는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를 가리기 위한 장막이라 하더라도 본인 스스로도 볼로냐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시절 파산직전의 IRI(이탈리아 산업재건위원회)를 되살려낸 경력이 있는 사회경제주의자다. 그러한 까닭에 지난 2006년 선거에서 이탈리아는 좌파 프로디를 다시 선택했고. 그러나 이미 5년간 베를루스코니 위주로 재편된 이탈리아의 신자유주의적 경제구조를 프로디가 뜯어고치기에는 이미 너무 가버린 느낌이 크다.
그 지인과의 담화에서처럼 이제는 나도 한국에 이미 정 뗀 몸, 그냥 이명박이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처절하게 기업위주, 자본 위주인 그의 개독교적 마인드에 전국민이 데여보지 않고서는 한나라당이나 이명박같은 박정희파쇼시대의 산 증인들이 사라질 기회가 없을 거 같다. 그래서 나는 그 형과 함께 이명박 지지를 하기로 맘 먹었다. 물론 해외거주자라 투표는 못하니까 가능한 일이다. - 내 손으로 이명박이나 썩은나라당 따위를 찍는 몰상식한 행위는 내 평생 없었으면 하는게 내 심정이고 내 자랑이길 바란다.